어릴 적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날 집 근처 물꼬에 미꾸라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얼기미 들고 도랑으로 가서 풀숲에 얼기미를 대고 발로 흙탕물을 일으켜 얼기미를 들면 파닥거리는 송사리와 붕어가 잡혔고, 고기잡다 잘못하면 고무신이 벗겨져 떠내려가는데 물살이 너무 세서 잡으려고 해도 쉽게 못찾고 재빨리 뛰어서 앞에 가서 기다리다 건지면 다행인데 못찾는 날엔 집에도 못 들어가고 날이 어두어질 때를 기다려서 집 밖에서 눈치만 보다 결국은 들켜서 뒤지게 혼나고, 논둑을 따라 물꼬에 가면 작은 폭포인양 물이 세차게 떨어지고 얼기미로 고기잡다 올라온 물뱀에 놀라고, 잡힌 커다란 붕어에 반가워하고, 얼기미에 송사리만 보이면 허전하여 순간순간마다 다양한 감정도 경험하게 되고, 둠벙에 가면 쌀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물을 튀기는데 얼기미로 가장자리 슬쩍 훑으면 톡톡 튀는 새뱅이 한 움큼 올라오고, 때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송사리와 새뱅이 한 사발 그리고 쌀방개 몇 마리, 금세 바구니 가득 챙겼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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